제목을 뭐라고 해야하나

_자꾸 이러면 안 되는데 오늘따라 더 쳐지네 미쳐부러. 요즘 드는 생각은 내가 무슨 일을 하든지간에 과연 내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예나 지금이나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일에 부딪혔을땐 늘 피하거나 얼버무려버렸던것 같다. 겁쟁이인 나를 비난하면서도 결국 정면돌파하지 못했던 기억들만 한가득이니 사회에 나간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하는 의문이 자꾸 생기게 된다. 많은 시간들이 지나서 지금의 배가 되는 나이가 되어도 어떻게 피해갈까 고민만 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생각하니 두렵다. 용기를 가지라고 !

_자소서를 쓰다보면 종종 등장하는 질문 : 가장 절망적이었던/좌절했던 경험과 어떻게 극복하였는지를 쓰시오.
쓸 때마다 쓸게 없어서 고민했었다. 힘들었던 때는 있었지만 '절망'이나 '좌절'이라는 말이 주는 아우라에 주눅이 들어 웬만한 일들은 축에도 못 낄것 같아서였다. 이제 스물몇인 사람에게 인생에서의 '절망'이나 '좌절'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했었다. 근데 오히려 뒤집어 생각해 보면 참으로 내가 무난하고 쉽게쉽게 살았구나 싶다. 무난하게 태어나 무난한 가족들과 무난한 정도의 생활수준으로 무난하게 학교를 다니고 무난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간혹 '무난'의 틀에서 삐죽 튀어나오는 에피소드들도 있었겠지만 전체적으로 내가 살아왔던 모습을 그래프로 표현한다면 늘 비슷비슷한 정도에서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을 것만 같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온 힘을 쏟아부었던 적도 없다. 미칠듯이 무언가가 간절했던 적도 거의 없었을뿐더러 어느정도만 노력하면 여러개의 옵션 중에 원하는걸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니 참으로 안이하게 살았음이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그래선 안 될 것 같고 그러고 싶지도 않은데.. 관성때문일까, 쉽게 바뀌지가 않는다. 좀 더 치열하게 무던하지 않게, 그렇게 살고 싶은데 말이다.

_2003년 12월 12일 금요일
아- 정말 나는 폐인이 되는 마는 것인가! 오늘 평소의 나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을 했다. 학교를 안 갔다. 으악! 갈수록 정말 미쳐가는 것 같다. 그래서 이왕 안 갈 바엔 빨리 자기 소개서를 써야지 생각했다. 열심히 쓰고 있는데 11시 좀 넘어서 쌤한테 전화가 왔다. 받을까 말까 정말 고민했는데 안 받는게 더 이상해서 받았다. 오늘 xx대 애들 거의 원서 내고 왔단다. 그러면서 오늘 결석 처리 하겠다고 하셨다. 정말 큰일이...었지만 난 설마 그러시겠냐고 생각하며 태평이었다. 결국 헬스도 또 띵구고 컴퓨터만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 정신이 아닌듯. 그래! 이제 조금만 더 고생하자. 담주 월요일부턴 정상모드로 돌아와서 논술과 구술 준비를 해야겠다. 그리고 오늘 Ms.Gail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았다. 항상 고맙다. 나도 빨리 카드를 보내야겠다. 이제 클쓰마스까지 2주 남았다. 빨리 겨울 방학이 와서 다 끝나고 놀았음 좋겠다. +) Dear H. 보고싶다

학원에 필기할 노트로 챙겨갔는데 펴 보니 2003년 겨울부터 2004년 2월까지 일기가 있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봤자 10개인가? 읽다가 혼자 실실거리며 정줄 놓은 애처럼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읽는데 손발이 절로 오글오글 ㅋㅋㅋㅋㅋㅋ 일기 쓰는 스타일은 초딩식에 내용은 참 자기 중심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나 지금이나 중요한 일 앞두고 정신 못차리고 컴퓨터 하는건 똑같구나 -_-;


_다들 단체로 기억상실증에 걸린건지 어쩐건지. 싫다고 자기 발로 나간 사람을 왜 그렇게들 찾는건지 모르겠네. 그렇게 아낀다는 사람들이 그 한 명 때문에 얼마나 맘 고생을 했을지 무슨 생각을 하며 다시 앨범을 냈을지는 생각 못 하나? 나 같음 배신감 때문이라도 치를 떨겠구만- 같이 시작했음 뭐해? 같이 끝을 못 봤는데- 신기한 집단이다 진짜. 아무런 밑밥이 없이도 저렇게 돌아가고 있는거 보면. 게다가 알아서 불어나기까지 하니말이다.
그리고.
내가 만약 그 쪽 팬이었다면 이게 웬 날벼락, 이년동안 꼬박 기다렸는데 이게 뭥미- 뭐 어쩌라고 싶을거다 진짜. 이건 정말 아니지 않나? 그룹의 타이틀을 가지고 뭔가 나온다면 난 기꺼이 음원 사고 스트리밍도 돌릴 수 있을것 같다. 아무리 싫다고 해고 나름 특별한 해라고 여기고 있을테니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고, 힘 좀 팍팍 주고 때깔좋게 해서 나와 언플 좀 하고 방송 몇 번 나오고 하면 여러가지 상황으로 봤을 때 두루두루 이득이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테니깐. 근데 이건 좀 아니잖아..잘 되면 내 탓이고 안 되면 조상탓일테니깐 어떻게 되든 짜증나는건 매한가지다. 왜 미련스럽게들...